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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편의점, 36년 만에 처음 줄었다 —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편의점 왕국’에 무슨 일이

Rows of packaged lunch boxes and canned drinks on convenience store shelves with one shelf section left empty, bright daylight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이 가장 먼저 놀라는 것 중 하나가 편의점입니다. 한 블록에 두세 곳, 길 건너에 또 한 곳. 새벽 3시에도 불이 켜져 있고, 도시락·택배·현금인출·공과금 납부까지 다 됩니다. 그런데 이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편의점 네트워크가 2025년, 처음으로 줄어들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무렵 한국에 편의점이 상륙한 지 36년 만의 일입니다.

숫자로 본 사건 — 1년 만에 1,586개가 사라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를 인용한 2026년 2월 보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점포 수는 2024년 말 5만4,852개에서 2025년 말 5만3,266개로 1,586개 줄었습니다. 매년 1,000개 이상 늘어나던 산업이 방향을 바꾼 것은 도입 이후 처음입니다.

해외 독자에게 이 숫자의 크기를 옮기자면 이렇습니다. 1,586개는 아일랜드 전체 편의점 수와 비슷한 규모이고, 사라진 점포 대부분은 대도시 중심가가 아니라 주택가·지방 소도시의 동네 점포였습니다.

브랜드 2024년 말 2025년 말 증감
CU (BGF리테일) 18,458개 18,711개 +253
GS25 (GS리테일) 18,112개 18,005개 -107
세븐일레븐 (롯데) 12,152개 11,040개 -1,112
이마트24 (신세계) 5,938개 5,510개 -428
4사 합계 54,852개 53,266개 -1,586

※ CU의 2024년 말 수치는 2025년 말 18,711개에서 증가분 253개를 역산한 값입니다.

인구 970명당 1곳 — 일본보다 2배 이상 촘촘하다

왜 이 뉴스가 의미가 있는지는 한국의 편의점 밀도를 알아야 이해됩니다. 한국 인구는 약 5,160만 명, 편의점은 5만3,266개입니다. 단순 계산하면 인구 약 970명당 편의점 1곳입니다.

‘편의점의 나라’로 알려진 일본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합니다. 일본은 2025년 3월 말 기준 약 5만6,500개, 인구는 약 1억2,300만 명이므로 약 2,180명당 1곳입니다. 한국이 일본보다 2.2배가량 촘촘한 셈입니다.

구분 한국 일본
점포 수 약 53,266개 (2025년 말) 약 56,500개 (2025년 3월 말)
인구 약 5,160만 명 약 1억 2,300만 명
점포 1곳당 인구 약 970명 약 2,180명
추세 2025년 첫 감소 2010년대 후반부터 정체

※ 점포 1곳당 인구는 위 공개 수치를 바탕으로 한 단순 계산값입니다.

즉 한국은 이미 오래전에 포화 지점을 넘어섰고, 2025년의 감소는 갑작스러운 붕괴가 아니라 예정돼 있던 조정이 드디어 숫자로 확인된 사건에 가깝습니다.

줄어든 건 3·4위였다 — 양강 쏠림이라는 구조

표를 다시 보면 감소분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사라진 1,586개 중 3위 세븐일레븐(-1,112개)과 4위 이마트24(-428개)가 거의 전부입니다. 1·2위인 CU와 GS25는 사실상 제자리를 지켰습니다.

편의점은 점포 수 자체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산업입니다. 점포가 많을수록 물류 차량 한 대가 도는 효율이 좋아지고, 제조사와 협상할 때 “우리는 최소 1만8천 곳에 깔아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국 편의점의 승부처인 차별화 상품(PB 디저트·컬래버 간편식)은 유행 주기가 짧아, 제조사 입장에서 판매량을 보장해줄 수 있는 파트너를 고르게 됩니다. 점포 수 격차 → 상품 경쟁력 격차 → 다시 점포 수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실적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2025년 GS25의 편의점 부문 매출은 8조9,396억 원(전년 대비 +3.2%), BGF리테일은 전체 매출 9조612억 원(+4.2%)을 기록했습니다. BGF리테일 매출의 98%가 CU에서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CU 매출은 약 8조8,800억 원으로 추산되며, 1위와 2위의 격차는 약 600억 원까지 좁혀졌습니다. 영업이익은 오히려 CU가 2,539억 원으로 GS25(1,861억 원)를 앞섰습니다.

상징적인 장면도 있었습니다. GS리테일은 매년 공개해오던 GS25 점포 현황을 2025년 실적 발표 자료에서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외형 성장의 상징이던 지표를 스스로 내린 것입니다.

점포를 못 늘리면 무엇으로 버나 — 세 가지 전략

점포 확장이 막힌 자리를 무엇이 대신하고 있는지가 지금 한국 편의점 산업의 진짜 관전 포인트입니다. 크게 세 갈래입니다.

① 특화 매장. GS25는 채소·두부·간편식을 대폭 늘린 ‘신선강화매장’을 836곳까지 늘렸는데, 이 매장의 일평균 매출은 일반 점포의 1.6배입니다. 2026년에는 1,100곳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CU는 방향이 다릅니다. 스킨·로션부터 세럼·립틴트까지 최대 300여 종을 갖춘 뷰티 특화 편의점을 2026년 1,000점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화장품을 편의점에서 사는 나라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② 퀵커머스. 편의점이 ’15분 배송 창고’로 변신하는 흐름입니다. 2025년 GS25의 퀵커머스 매출은 전년 대비 64.3% 늘었고, CU는 자사 앱 외에 네이버·쿠팡이츠 등 외부 6개 배달 플랫폼으로 채널을 넓혀 6,000~8,000종을 배달합니다. 전국에 5만 개 넘는 소형 물류 거점이 이미 깔려 있다는 것이, 다른 나라 유통업체가 흉내 내기 어려운 한국만의 조건입니다.

③ 외국인 관광객. 의외의 성장 동력입니다. 2026년 1분기 GS25의 외국인 결제 매출은 전년 대비 73% 급증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한국 드라마·예능에 나온 편의점 라면 조리기, 즉석 도시락, 컵빙수를 직접 체험하려는 수요가 실제 매출로 잡히고 있습니다.

이 전략들은 2026년 1분기 실적에 일단 반영됐습니다. BGF리테일은 매출 2조1,204억 원(+5.2%)·영업이익 381억 원(+68.6%), GS25는 매출 2조863억 원(+3.7%)·영업이익 213억 원(+23.8%)을 기록했습니다. 점포 수는 줄었는데 이익은 늘어난 것입니다.

국내가 막히자 해외로 — 몽골·베트남의 K-편의점

네 번째 갈래는 아예 국경 밖입니다. 한국 편의점은 브랜드와 운영 노하우를 수출하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아시아에 퍼지고 있습니다.

CU는 2026년 4월 해외 점포 803곳을 넘겼습니다. 2018년 진출한 몽골에서만 600곳 이상으로, 울란바토르에서 CU는 이미 현지 1위 편의점입니다. 말레이시아에는 약 88곳을 운영하며 200곳을 목표로 하고 있고, 2024년 카자흐스탄, 2025년 미국 하와이까지 진출했습니다.

GS25는 베트남 중심입니다. 2026년 5월 말 기준 베트남 429곳·몽골 295곳으로 해외 724곳이며, 2026년 800곳·2027년 1,000곳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매장이 한국 상품을 그대로 파는 곳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석 떡볶이 코너, 한국식 삼각김밥, 라면 조리기 같은 ‘한국 편의점 경험’ 자체를 현지 취향에 맞춰 이식합니다. 몽골·베트남의 젊은 소비자에게 CU와 GS25는 편의점이라기보다 K-컬처를 체험하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2025년의 감소는 한국 편의점 산업의 쇠퇴 신호라기보다 ‘점포 수 경쟁’이라는 한 시대가 끝났다는 신호로 읽는 편이 정확합니다. 매출과 이익은 여전히 늘고 있고, 줄어든 것은 수익이 나지 않던 점포들입니다.

다만 확실하지 않은 부분도 남아 있습니다. 첫째, 특화 매장과 퀵커머스가 점포 감소분을 계속 상쇄할 수 있을지는 아직 1~2년치 데이터뿐입니다. 둘째, 해외 점포는 대부분 마스터 프랜차이즈여서 매출 규모에 비해 본사가 가져가는 몫은 국내보다 작습니다. 셋째, 3·4위 브랜드의 구조조정이 언제 끝날지에 따라 2026년 전체 점포 수 방향이 갈립니다.

다음에 한국에서 편의점 문을 열 때, 그곳이 그냥 가게가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밀도 높은 소매 실험실이라는 점을 떠올려 보셔도 좋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한국 편의점이 정말 세계에서 가장 밀도가 높나요?
인구 대비로는 그렇습니다. 인구 약 970명당 1곳으로, 일본(약 2,180명당 1곳)의 2배 이상입니다. 절대 점포 수는 중국이 더 많지만, 중국은 인구가 훨씬 많아 체감 밀도가 낮습니다.

Q. 편의점이 줄었으면 여행 중에 찾기 어려워지나요?
아닙니다. 줄어든 점포는 주로 수익성이 낮은 주택가·지방 점포이고, 감소 폭도 전체의 3% 수준입니다. 서울·부산의 관광 동선에서는 체감되지 않습니다.

Q. 한국 편의점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즉석 라면 조리기 사용, 도시락 전자레인지 취식, 택배 발송·수령, ATM 현금 인출, 교통카드 충전, 공과금 납부 등이 한 곳에서 가능합니다. 좌석이 있는 점포에서는 간단한 식사도 할 수 있습니다.

Q. 해외에서도 CU나 GS25를 볼 수 있나요?
네. CU는 몽골·말레이시아·카자흐스탄·미국 하와이에, GS25는 베트남·몽골에 진출해 있습니다. 2026년 기준 CU 해외 점포는 800곳, GS25는 700곳을 넘었습니다.

참고 자료

※ 본문의 점포 수·매출 수치는 2026년 8월 14일 기준 공개된 자료를 정리한 것입니다. CU 편의점 부문 매출은 BGF리테일 전체 매출에서 추산한 값이며, 점포 1곳당 인구는 공개 점포 수와 인구 통계를 바탕으로 한 단순 계산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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