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결론. 집주인이 전세·월세를 5% 넘게 올려달라 하면, 세입자에게는 세 갈래 길이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인상 폭은 5% 안으로 묶이고 2년이 더 보장된다. 다만 이 5% 상한은 기존 세입자가 갱신할 때만 작동하며, 집주인이 새 세입자를 받는 신규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합의로 8%를 올려줬더라도 갱신청구권 자체는 살아 있다는 점(2026-07-22 기준)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5% 상한은 ‘갱신할 때만’ 작동한다
전월세상한제를 흔히 “임대료는 2년마다 5%까지만 오른다”고 이해하지만, 정확히는 그렇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정리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문답을 보면, 임대료 5% 제한은 “존속 중인 계약에서 임대료를 증액하거나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못 박고 있다.
바꿔 말하면, 기존 세입자가 나가고 집주인이 제3자와 새 계약을 맺을 때는 5% 룰이 없다. 시세가 20% 올랐으면 20% 올려 받을 수 있다는 뜻. 그래서 “5% 상한”은 세입자가 스스로 갱신권을 행사할 때 비로소 손에 쥐는 카드이지, 저절로 굴러오는 방패가 아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집주인의 “그럼 나가라”는 말에 그대로 밀리게 된다.
한 가지 더. 지자체는 조례로 이 상한을 5%보다 낮게 정할 수 있다. 법이 정한 건 상한선일 뿐, 지역에 따라 3%·4%로 더 조일 수 있는 구조다. 내가 사는 지자체에 별도 조례가 있는지는 확인이 필요함. 또한 계약을 새로 쓰거나 보증금·월세를 바꿨다면 전월세 신고 의무가 따른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두면 좋다.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안에 신고해야 하고, 이 신고에는 확정일자 효력이 자동으로 붙는다.
실전에서 세입자가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지금 집주인이 나에게 요구하는 게 갱신이냐, 나를 내보내고 새 사람과 맺을 신규계약이냐”이다. 같은 집·같은 세입자가 이어서 사는 것이라면 갱신이고, 5% 상한이 걸린다. 반대로 집주인이 갱신을 정당하게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세입자는 상한의 보호 밖으로 밀려난다. 그래서 협상은 늘 “나는 갱신을 요구한다”는 위치를 먼저 분명히 세우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와 거절의 규칙
갱신청구권은 조용히 살고 있다고 자동으로 붙는 권리가 아니다. 국토부 문답 기준으로 행사 요건을 정리하면 이렇다.
- 행사 기간 —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만기가 8월 31일이면 6월 30일 자정 전까지 의사를 전달해야 함. 이 기간을 넘기면 그해 갱신권은 쓰기 어려워지므로, 만기 6개월 전을 달력에 미리 표시해두는 것이 실전에서 가장 중요하다.
- 행사 방법 — 문자·통화도 되지만, 다툼을 막으려면 내용증명 등 명확한 의사표시가 안전하다. 묵시적 갱신(아무 말 없이 계속 사는 것)은 갱신권 행사로 보지 않는다. 뒤집어 말하면, 묵시적 갱신으로 살아왔다면 갱신권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 횟수·기간 — 1회 한정, 2년 보장. 계약이 몇 년째든 관계없이 한 번은 쓸 수 있다.
- 중도 이사 — 갱신권을 써서 2년을 새로 받았어도, 세입자는 언제든 해지 통지가 가능하다. 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생기고, 그 3개월치 임대료는 내야 함.
반대로 집주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대표 사유는 실거주다. 집주인이나 직계존비속이 그 집에 직접 들어가 살겠다고 하면, 만기 6개월~2개월 전 기간에 거절 의사를 통보하고 거절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사유가 허위일 때다. 실거주하겠다며 세입자를 내보낸 뒤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세를 놓으면, 세입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배상액은 계약서에 정한 약정액이 있으면 그 금액, 없으면 법이 정한 산정 기준 중 가장 큰 금액이 적용된다. 나간 뒤에도 그 집에 누가 들어와 사는지 확인할 실익이 있다는 얘기.
집주인이 5% 넘게 부를 때 — 세 갈래 길
“5% 넘게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 세입자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셋이다. 각각 얻는 것과 내주는 것이 다르다.
| 선택 | 인상 상한 | 거주 보장 | 주의점 |
|---|---|---|---|
| ① 갱신청구권 행사 | 5% 이내 | 2년 | 집주인 실거주 등 정당한 거절 사유가 있으면 막힐 수 있음 |
| ② 합의 인상 | 제한 없음 | 합의한 기간 | 8%를 올려줘도 갱신청구권은 별도로 살아 있음 |
| ③ 이사(신규계약) | 시세대로 | 새 계약 2년 | 이사비·중개보수·대출 재실행 비용 발생 |
전세 5억 원짜리 집을 기준으로, 각 길에서 보증금이 얼마나 뛰는지를 놓고 보면 선택의 무게가 분명해진다. 갱신권을 쓰면 인상액이 시세 신규계약의 3분의 1 수준으로 묶인다는 점이 한눈에 들어온다.
+2,500만 원
+4,000만 원
+7,500만 원
※ 전세 5억 원 가정. 시세 인상률은 예시값이며 지역·시점에 따라 달라짐.
숫자만 보면 갱신권 행사가 늘 정답 같지만, 현실은 조금 더 복잡하다. 집주인과의 관계가 틀어져 남은 2년이 불편해질 수 있고, 반대로 시세가 앞으로 더 오를 것 같으면 지금 5%로 묶어두는 편이 2년 뒤를 위해 유리하다. 반대로 시세가 꺾이는 국면이라면, 굳이 갱신권을 쓰지 않고 더 싼 집으로 옮기는 이사가 총비용에서 앞설 때도 있다. 표의 상한만 볼 게 아니라, 이사 비용·시세 방향·거주 안정성을 함께 저울에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합의로 8%를 올려줘도 갱신권은 살아 있다
여기가 많은 세입자가 헷갈리는 지점이다. 만기 전에 집주인과 “그냥 8% 올려서 2년 더 살자”고 합의해 계약서를 새로 썼다고 하자. 5%를 넘겼으니 손해 본 것 같지만, 국토부 문답은 이 경우에도 계약갱신청구권을 따로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국토부가 든 예시가 명확하다. 2019년 9월~2021년 9월 첫 전세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상호 합의로 2021년 9월~2023년 9월까지 갱신하면서 임대료를 8% 올린 경우—
- 세입자는 2021년 7월(종료 2개월 전)에 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인상 폭을 5% 미만으로 되돌릴 수 있고,
- 또는 8% 올린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다가, 그 계약이 끝나는 2023년 7월에 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즉 합의 인상을 했다고 해서 갱신권이라는 카드를 이미 써버린 게 아니다. 카드는 손에 남아 있고, 언제 낼지만 정하면 됨. “이미 합의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집주인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 다만 실전에서는 갱신권을 행사할 때 “이번 갱신은 개정 법률에 따른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라는 점을 서면에 분명히 남겨두는 편이 안전하다. 단순 재계약과 권리 행사가 뒤섞이면 나중에 다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임.
전세를 월세로 바꾸자고 할 때 — 지금 전환율은 6.25%
집주인이 인상 대신 “일부를 월세로 돌리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갱신되는 계약은 원칙적으로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다시 맺는 것으로 보므로, 세입자 동의 없이 전세를 월세로 강제 전환할 수는 없다. 다만 세입자가 수용하면 가능하고, 이때는 법정 전환율이 적용된다.
법정 전환율은 ‘10%’와 ‘기준금리 + 3.5%’ 중 낮은 값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75%(2026-07-16 인상)이므로, 지금 전환율은 2.75% + 3.5% = 6.25%가 된다. 국토부 예시가 나온 2020년(전환율 4%)보다 크게 올라간 숫자라는 점을 유념해야 함.
전세 5억 원 중 2억 원을 월세로 돌린다면, 2억 × 6.25% ÷ 12 = 월 약 104만 원이 된다. 같은 조건이 4%였던 2020년에는 월 약 67만 원이었다. 금리가 오른 국면에서는 전세의 월세 전환이 세입자에게 더 불리해진다는 뜻이다. 월세 제안을 받았다면 이 계산을 먼저 해보고 응하는 편이 안전하다. 반대로 목돈이 묶이는 전세가 부담스럽고 현금 흐름에 여유가 있다면, 전환이 오히려 나은 선택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두 방향을 다 계산해보는 것이 맞다.
계산의 감을 잡는 방법은 간단하다. 월세로 돌리려는 보증금 차액에 전환율(현재 6.25%)을 곱하고 12로 나누면 월 부담이 나온다. 예컨대 보증금을 1억 원 줄이는 대신 월세로 돌린다면 1억 × 6.25% ÷ 12 = 월 약 52만 원이다. 집주인이 “월세 50만 원만 얹자”고 제안했다면, 그 50만 원이 보증금 얼마를 대체하는 값인지를 역산해 손익을 따질 수 있다. 제안을 감이 아니라 숫자로 되받는 순간, 협상의 균형추가 달라진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에 “재계약 시 시세대로 올린다”는 특약이 있으면 5% 상한이 무력화되나?
갱신청구권은 법으로 보장된 권리라, 세입자에게 불리한 특약은 원칙적으로 효력이 제한된다. 다만 다툼의 소지가 있으므로, 이런 특약이 있다면 서명 전에 짚어두는 편이 안전함.
Q. 집주인이 바뀌었는데도 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나?
쓸 수 있다. 임차 중인 집이 팔려도 세입자의 갱신청구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바뀐 집주인이 실거주를 원하면 거절 사유가 될 수 있다.
Q. 5% 인상에 합의하면 확정일자·전입신고를 다시 해야 하나?
보증금이 늘었다면 증액분에 대해 확정일자를 새로 받아두는 것이 안전하다. 기존 보증금의 순위는 유지되지만, 늘어난 금액은 새 확정일자 시점부터 보호받기 때문임.
Q. 전세 5% 인상분을 낼 현금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증액분에 대해 전세대출 한도가 남아 있으면 추가 실행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 다만 은행·상품마다 조건이 다르므로, 갱신 의사를 밝히기 전에 대출 여력을 먼저 확인해두는 편이 낫다.
Q. 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2년을 꼭 채워야 하나?
아니다. 2년이 보장될 뿐, 세입자는 중간에 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 통지 3개월 뒤 효력이 발생하며 그 3개월치 임대료는 부담해야 한다.
마치며 — 세입자가 챙길 실전 순서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5% 상한은 갱신할 때만 작동하니, 인상 요구를 받으면 감정 싸움에 앞서 “나는 갱신청구권 카드를 갖고 있다”는 사실부터 떠올린다. 둘째, 행사 기간(만기 6개월~2개월 전)을 놓치지 않도록 만기 날짜를 미리 달력에 표시해두고, 의사표시는 내용증명으로 남긴다. 셋째, 합의로 5%를 넘겨 올려줬더라도 갱신권은 살아 있으니, 급하게 포기하지 않는다.
넷째, 월세 전환 제안을 받으면 지금 전환율 6.25%로 직접 계산해 유불리를 따진다. 다섯째,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당했다면 나간 뒤에도 그 집의 실제 사용 상황을 확인해둔다. 권리는 알고 있는 사람에게만 방패가 된다. 이번 갱신을 앞두고 있다면, 위 순서를 그대로 밟아보는 것을 권한다.
1차 출처 · 국토교통부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문답」(대한민국 정책브리핑 korea.kr) · 국토교통부 주택임대차보호법 FAQ(molit.go.kr)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제7조·제7조의2(law.go.kr) · 한국은행 기준금리(bok.or.kr, 2026-07-16 2.75% 인상)
참고 매체 · 한국경제 부동산밸류업센터 · 부동산114
본 글은 일반적 정보 제공이며, 개별 사안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분쟁 시 대한법률구조공단(132)·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상담을 권한다. (2026-07-22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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